사랑 때문에 울어본 적 있으신가요?
사랑 때문에 웃어본 적도 있으신가요?
사랑은 우리에게 때로는 상처를 주고, 때로는 상처를 치유해줍니다.
2001년에 개봉한 영화 <봄날은 간다>는 우리에게 사랑의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20년도 더 된 작품이라 그런지 이영애, 유지태 두 배우의 모습이 너무 아이 같네요. 참 젊었던 두 사람입니다.
허진호 감독은 <8월의 크리스마스>에 이어 이 작품도 연이어 흥행에 성공시켰죠.
영화의 내용에 대해 알아보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서 빠져나오다
<봄날은 간다>는 매우 현실적인 멜로 영화입니다.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는 지방 라디오 PD인 은수를 만납니다. 은수는 자연의 소리를 틀어주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로 만난 두 사람. 두 사람은 함께 소리를 채집하기 위해 함께 여행을 갑니다. 젊은 남녀가 단둘이 함께 하다보니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우는 가족들(아버지, 고모, 할머니)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특히 가족 중에 중요한 사람이 있는데 그의 할머니입니다. 할머니는 치매가 심해져서 기차역에서 자기 남편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젊은 시절 자신을 두고 바람을 핀 남편. 이미 이 세상을 떠난 사람이죠. 그런데도 할머니는 하염없이 지나가는 기차를 바라보며 남편을 기다립니다. 저는 이 모습이 영화 중반에 이미 끝난 사랑을 정리하지 못하는 상우의 모습을 가리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결혼을 하라는 아버지의 압박 때문일까요. 상우는 은수와 사랑에 빠진 뒤로 결혼을 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은수는 입장이 다릅니다. 그녀는 이미 한 번 결혼했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상우와 달리 그녀는 혼자 살고 있는데 쉽게 사랑에 빠지지만 결혼에 있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교제를 시작한 후에 주변 사람들에게 상우를 제대로 소개하지 못하고 '아는 동생'이라며 얼버무리고 맙니다.
그들은 금방 끓는 라면처럼 빠르게 사랑에 빠졌습니다. 겨울, 봄, 여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들의 사랑은 라면처럼 빨리 식어버립니다. 사실 그들이 아니라 은수의 사랑이 그랬습니다. 자신을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강릉까지 먼 길을 오가는 상우의 열정과는 다르게 그녀는 다른 남자를 만납니다. 아버지에게 함께 인사를 드리려는 상우에게 은수는 "나 김치 못 담가"라는 말로 거절합니다. 대부분의 연인이 그런 것처럼 그들은 다툼이 잦아졌고, 냉랭한 분위기는 길어졌습니다. 결국 서로에게 심하게 상처를 주었던 어느 날 은수는 상우의 짐을 싸서 내놓습니다. 그들의 관계는 그렇게 끝이 납니다.
하지만 상우는 은수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질척거립니다. 이 때 구질구질한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많은 사람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이런 남자들 발견하는 게 어렵지 않거든요. 은수가 새 남자를 만나는 모습을 봤는데도 상우는 미련을 버리지 못합니다. 그러다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는 할머니에게 가서 정신 좀 차리라고 말합니다. 아마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었겠죠. "버스하고 여자는 떠나면 잡는 게 아니란다."는 할머니의 말에 상우는 흐느낍니다. 그리고 상우는 자신의 사랑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사랑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다시 봄이 되었습니다. 은수는 일하던 중 문득 상우가 생각납니다. 다시 상우를 찾아간 그녀. 저는 은수가 다시 시작해보려고 왔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두 사람의 타이밍은 어긋났고, 상우의 사랑은 끝났습니다. 말 없이 그녀를 떠나는 상우를 붙잡은 은수의 미소에 많은 감정이 담겨있는 듯 합니다.
사랑에는 타이밍이 정말 중요합니다. 은수가 만약 조금 더 일찍 상우의 감정을 다 받아줄 수 있었다면, 조금 더 용기낼 수 있었다면 두사람은 오랫동안 함께 하게 됐을 겁니다. 결혼도 하게 됐겠지요. 하지만 그들의 상처는 이미 깊이 남았고, 다른 사랑으로 치유해야 합니다.
저도, 남편도 젊은 시절 서로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을 완성하기에는 서로 너무 어렸고, 결국 각자 헤어질 수밖에 없었지요. 만약 상대방과 타이밍이 맞았다면, 좀 더 성숙했다면 우리는 부부의 연을 맺기 어려웠을 겁니다.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상우보다 자유분방한 사랑을 추구했던 은수는 다른 남자를 통해서 충분히 채워졌을지 의문입니다. 부디 그녀가 사랑을 완성하길 바라지만, 왠지 그랬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는 현실적이니까요.
각 나라의 사랑의 시그널, '~하고 갈래요?'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해진 대사는 "라면 먹고 갈래요?"입니다. 번역하자면 '나랑 오늘 내 집에서 사랑을 나눌래?' 정도가 되겠습니다. 이 영화 등장 후 수많은 곳에서 이 표현이 활용됐지요. 그런데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요?
궁금해서 검색해봤습니다. 그 중에 몇 나라만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미국 : 넷플릭스 보고 갈래? (역시 넷플릭스의 나라인가요)
중국 : 우울한데 같이 있어 줄래? (사랑을 나누지 못해 우울한 걸까요)
일본 : 새벽 커피 같이 마실래? (중국보다는 낫네요)
*일본은 '러브호텔에서 잠깐 쉬었다 갈래'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대만 : 우리집 고양이 보고 갈래? (와! 가장 강력한 유혹이네요)
베트남 : 레몬 주스 마시러 갈래? (아니 이게 왜...?)
태국 : 공포 영화 보고 갈래? (무서운 영화 보는데 분위기가 잡히려나)
사실 요즘은 이런 표현들은 웃기려고 쓸 때가 많을 것 같아요. 옛날과 다르게 이제는 직접적으로 표현하잖아요.
작은 웃음을 선물해드리려고 각 나라 별로 사랑의 시그널이 무엇인지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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