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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겡끼데스까? 영화 러브레터, 잃어버린 시간의 재생

by s나나s 2022. 5. 20.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사랑에 관한 영화를 먼저 리뷰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로맨스, 멜로 영화에 관련된 내용을 적다보면 제 마음도 다시 따뜻해지고 힐링되지 않을까 해서요.

그런데 그렇게 하기를 잘 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제가 쓴 글을 많이 읽지는 않는데(사실 거의 읽는 사람이 없다고 봐야죠...) 글을 쓰는 제가 쓰면서 위로도 되고, 옛날 생각도 나고, 생각이 정리가 되는 부분도 있고요. 참 좋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멜로 영화의 고전, <러브 레터>(1995)입니다.

 

한국은 일본 문화가 1998년에 처음 개방되었기 때문에 이 작품은 1999년에 개봉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엄청난 히트를 치면서 이후로 끊임없이 재개봉, 리마스터링, 재개봉을 반복하게 됩니다.

<러브 레터>만큼 한국에서 많이 재개봉된 영화가 또 있을까요? 혹시 있다면 댓글을 남겨주세요.

제가 알기로는 러브레터가 최고로 많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일본 영화라고 할 수 있죠.

 


1. 세 명의 주인공

이 작품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나옵니다. 히로코와 이츠키(여자), 그리고 지금은 죽고 세상에 없는 또 다른 이츠키(남자)입니다. 히로코는 죽은 자신의 남자친구 이츠키를 무척 사랑했습니다. 아니, 지금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떠난지 2년이 지났지만, 새로운 인연이 다가왔지만(아키바), 여전히 이츠키를 잊지 못하고, 그를 놓지 못합니다. 그러던 중 히로코가 혹시나 해서 죽은 이츠키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녀는 그의 옛날 주소로 편지를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츠키(남자)는 졸업 전에 전학을 갔고, 졸업앨범에서 그의 집주소는 기록되지 않았던 것이죠. 편지는 이츠키(남자)와 같은 이름을 가진 여자 이츠키에게 전달이 됩니다. 

 

답장이 오자 히로코는 당황했고, 이츠키(남자)의 졸업앨범에서 자신과 무척 닮은 여학생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가 자신을 좋아했던 이유가 이 여학생(이츠키)을 좋아했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직감하게 되죠.

 

한편 편지를 통해 잊고 있었던 이츠키(남자)가 생각난 이츠키(여자)는 같은 이름이었던 친구에 대해 히로코에게 알려줍니다. 히로코는 자기 남자친구의 중학생 시절 이야기가 궁금했고, 이츠키(여자)에게 편지를 써달라고 부탁합니다.

두 명의 이츠키의 이야기-풋풋하고 순수한 첫사랑-가 시작됩니다. 

 

2. 짝사랑과 완결되지 못한 이야기

아직 사랑과 사람에 서툰 중학생 시절, 이 두사람은 서로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알지 못하죠.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남자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느라 짓궃은 장난을 칠 뿐이었고, 여자는 그런 그가 자신을 좋아할리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자는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그녀의 초상화를 그린 독서카드를 책에 넣어 그녀의 집으로 갑니다. 자기 대신 책을 반납해 달라고요. 도서반장이기 때문에 반드시 책 속 독서카드를 살펴볼 것이라 생각한 거죠. 하지만 여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학교에 일주일 후에나 등교할 수 있었고, 자신에게 아무말 없이 전학을 간 그에게 서운함을 느끼고 그를 잊어버립니다. 책은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았죠.

 

10년 넘게 잠들어 있던 이 독서카드는 히로코의 편지를 받은 이츠키가 오랜만에 학교를 찾아갔을 때 그녀의 후배들이 책을 찾아주어 발견하게 됩니다. 사랑했지만 전해지지 않았던 그 농밀하고 순수한 감정이 어른이 된 이츠키에게 전해집니다. 영화는 눈물이 어린 어색한 미소를 짓는 이츠키의 나레이션으로 끝납니다. '겸언쩍어서 이 편지는 (히로코에게) 전달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게된 옛날 그 소년이 사실 자신을 짝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여자는 자신의 완결되지 못한 이야기를 제대로 끝맺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히로코는 이츠키(남자)가 죽은 장소, 설원으로 여행을 갔죠. 이제 그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서입니다. 그곳에서 히로코는 오열하며 그 유명한 대사를 반복해서 외칩니다. "잘 지내시나요? 저는 잘 지내요!" 이제 그녀는 그를 떠나보냅니다. 히로코의 이야기 역시 끝이 난 겁니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지, 그렇지 않을지 알 수는 없지만 이제 그녀는 준비가 됐습니다. 자기 자신으로서 생의 한 가운데 실존할 수 있게 됐어요.

 

이와이 슌지 감독은 우리를 10대의 어린 시절로 데려갔다가, 다시 20대로, 30대로 각자의 사랑이 기억되는 지점으로 생생하게 데려갑니다. 어쩌면 영화를 보는 우리의 이야기가 잘 완결될 수 있기를 바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3.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츠키(남자)가 이츠키(여자)에게 전해주었던 책의 제목을 기억하시나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 책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소설 중 하나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역작입니다. 그가 죽은 뒤 1927년에 출간된 7부의 제목입니다. 영화는 이 책의 전재방식을 그대로 따라갔습니다. 등장인물이 장소, 물건 등을 통해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시간이 재생산되면서 과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소중한 그 무언가'를 되찾는 거죠.

책의 저자, 프루스트는 앙리 베르그송의 철학 강의를 들은 후 소설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렇다보니 책은 베르그송의 철학이 많이 담겨 있고, 영화도 마찬가지로 베르그송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습니다.

 

베르그송은 오직 인간만이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기억하고, 어떤 계기를 통해 다시 과거를 불러내서 그 기억을 재인식하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간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때 진정한 자아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의식의 흐름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것이고, 그것은 오직 기억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4. お元気げんきですか、私あたしは元気げんきです! (잘 지내나요, 저는 잘 지내요!!)

영화의 엔딩에서 두 명의 여인이 잘 지내냐고 인사하는 장면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감동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사랑의 애절함. 그리움. 그리고 감사.

러브레터를 통해 다시금 곱씹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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