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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이야기

02. 입양을 잊다 - 결혼, 출산, 암

by s나나s 2022. 10. 27.

힘들고 바쁜 생활과 암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했다. 

그리고 신혼생활은 빠른 임신과 함께 종결되었다.

"아가야,  빨리 와줘서 고마워?!"

 

 

선교사의 꿈을 가지고 있던 남편은 연애 중 신학대학원을 들어갔고,

그때부터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괜찮았다.

나 역시 세상의 가치를 뒤로한 채 영원한 가치를 좇아 사는 열정 넘치던 젊은이였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는 것은 예상보다 더 어려웠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는 어려움이 많았다. 

 

건강한 아들이 우리 부부에게 와줘서 고마웠지만 모두가 그렇듯 부모는 처음이라서.

지치고 피곤한 나날의 연속.

서투른 엄마만 바라보는 사랑스런 아가를 위해 나는 돈을 벌어야 했다.

그것이 돈 대신 이상을 좇는 남편과 동거하는 나의 대가지불이었다.

아이가 4살이 되어 어린이집을 가고 나서부터는 더 열심히 살았다.

 

처음 계획과 다르게 남편은 선교사로 나가는 대신 작은 개척교회 전도사 사역을 시작했다. 

내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하면서 사모의 삶도 살아야 했다.

매월 말일을 무사히 넘기는게 목표인 삶을 살아가며

나와 남편의 대화에서 입양이 나올 자리는 없었다.

 

첫 아이를 낳은 뒤 2년 정도 되었을 때부터 둘째를 갖기 위해 노력했다.

첫째 때와는 달리 쉽게 허락되지 않았고 유산을 했다.

내 컨디션은 점점 좋지 않은 날들이 많아졌다.

잠을 오래 자도 피곤했고, 쉽게 지쳤다.

몸상태를 걱정하던 가족들이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했고,

마지못해 동네병원에서 검사를 했다.

그런데 이런.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내가 "암"일 줄이야.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빠르게 수술을 했고, 항암치료를 받았다.

치료에 집중해야 해서 잠시 아이를 근처 언니 집에 맡겼고, 회복에만 집중했다.

'왜 나일까'라는 생각보다는 어떻게든 정상적인 몸으로 회복해서 다시 세사람이 모여 행복하게 살아갈 일상을 꿈꿨다.

역시 이 때도 입양을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감사하게도 수술과 항암은 성공적이었다.

다만 계속되는 추적검사와 재발의 위험으로 아이를 갖는 건 힘들어졌다.

그때 잊고있었던 "입양"을 생각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입양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보, 우리 입양하면 어떨까?"

"그래요. 하지만 당신 건강 회복하는 게 먼저야."

"그렇지. 완치 판정을 받아야 할 수 있겠죠?"

"그렇죠."

"그러면 3년은 더 있어야 할 수 있겠네?"

 

남편과 나는 몇 번의 대화를 통해 신중하게 고민하고, 알아보면서 입양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압양을 통해 한 아이에게 가족을 선물해주고 또 "법"적으로 책임지는 부모가 되어주기로 결정했다.

빈말을 하지 않는 성격에 결정을 입밖으로 냈다는 건 

이제 흔들림 없이 입양을 함께 진행하겠다는 결단의 표현이었다.

그를 보면서 입양이 우리 가정을 향한 주님의 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 아들이었는데 그의 대답은 우리 부부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 당황스러웠다.

 

"입양을 하려고 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싫어."

"어? 왜 그렇게 생각해?"

"나 동생 필요 없어."

 

그렇다. 우리 아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동생을 만들어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린이집 이나 유치원 쯤 단골멘트 "동생 낳아줘" "동생 사오자" 등등..)

질문을 계속했다.

 

"왜 동생이 필요없는데?"

"그냥~"

"아니야. 이유가 있잖아. 말해봐~"

"...나만 사랑받고 싶어."

 

아... 우리의 사랑과 관심이 부족했던 것일까. 

아들은 예상보다 더 완고하게 입양을 반대했다. 

남편은 아들이 반대하면 입양을 진행할 수 없다며 아이의 마음이 자랄 때까지 부모인 우리가 기다리자고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암 발병 후 5년이 지나야 입양을 지원할 수 있으니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그 사이 대화를 통해 설득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로 남편은 기회가 될 때마다 아이와 입양에 대해 이야기 했다.

입양에 대한 영상도 보고 이것이 입양되는 아이와 우리 가족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했다. 

나중에는 "아~ 또 입양에 대해 얘기하려고 그러는 거지?"라며 빠르게 눈치챌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착한 우리 아이는 입양에 대한 대화의 시간을 피하지 않았고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정말로 하나님의 섭리이고 은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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